김동률/his stuff

IN Seoul Magazine ( 2편 )

아니뭘이런걸다- 2003. 4. 21. 15:57
- 03 벽...-

안PD : 전에 내가 해철이랑(신해철), 상이랑 영국에 갔을 때, '팬텀 오브 디 오페라'랑 '미스 사이공'을 봤는데, 그걸 딱 보고 나오는데 해철이가 그러더라 " 여휴 씨발놈들!! 그래 잘 났다" 정말 더 이상 표현이 안되는 거야. 더욱 훌륭하니까. 우리도 막 웃으면서 정말 그 보다 적합한 표현이 없다. 그랬어. 근데 넌 미국가서 그런거 느낀 거 없어?

김동률 : 난 매일매일 느껴.

안 PD : 그럼 열받아서 어떻게 살아?

김동률 : 미국 자체의 문화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학생들 한테 느끼는 게 더 많아. 이게 되게 웃긴거고 막 떼쓰는 건데, 뭐냐면 나는 왜 재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없었을까. 그런거야. 지금은 이미 늦었고 안되는 거거든. 돌아 갈 수가 없는거잖아. 피아노 같은 연주는 한계가 있단 말이야 정말 어렸을 때부터 했던 애들을 따라 갈 수가 없어. 예를 들어 내가 적이랑 음악 얘기를 할땐 그냥 어떤 멜로디가 생각나서 그걸 읊으면 같이 들으면서 좋다. 멜로디 좋다. 그럼 편곡을 이렇게 하자 그냥 그랬다구. 근데 걔들은 음악 얘길 할 때, 그냥 놀아, 어떤 주제가 있으면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하는 거야. 어떤 애는 같은 멜로디를 드비쉬처럼 연주하고, 또 어떤 애는 그걸 째즈로 바꿔, 그럼 또 한 사람이 신이나서 피아노를 막 치고 그래. 그러니까 걔들은 피아노를 잘 치고 못치고는 뒷전이고, 얼마만큼 이 멜로디를 자기식으로 막 치고 그래. 그러니까 걔들은 피아노를 잘 치고 못치고는 뒷전이고, 얼마만큼 이 멜로디를 자기식으로 소화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이런 게임도 해. 심리 테스트처럼 " 넌 사막에 있다. 그런데 니가 등불을 봤다." 이런 상황을 주면 그걸 음악화하는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피아노를 치지도 못하면 거기에 낄수 조차 없는 거잖아. 나는 그런 상황이 억울한 거야. 물론 자기 위만 보면 한도 끝도 없는 거지만, 프로페셔널하게 음악을 한다는 거 자체가 놀라운 거지. 내가 잘났다. 못났다를 떠나서 그 애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파트 타임으로 열심히 일한 돈 모아 악기 사서 열심히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 그게 부러운 거지. 물론 걔들은 날 부러워해요.

안 PD : 보스턴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니가 어떤 앤 줄 알아?

김동률 : 친한 사람들은 알죠. 근데 조금은 보스턴 해럴드랑 인터뷰 한 거 때문에 많이들 알지. 학교에서 홍보차원에서 양파랑 나랑 인터뷰를 하게 했는데. 그걸 한달 동안 게시판에 붙여놨어. 그 후로 애들이 맨날 나한테 물어. 니네 나라에 유명한 가수 2명 있다는데 그게 누군지 혹시 아냐고.. 허허..
처음 몇 달은 엄청난 자괴감에 빠져 살았어요. 내가 여기서 이렇게 있는게 맞는건가. 하고 사람이자기한테 유리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꾸 내가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거야. 그러면서 나의 사명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쓰는게 아닐까. 그런데 꼭 이렇게 먼 타국까지 와서 공부를 해야하는 걸까. 막 그런식으로 생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여질 주는 거지. 근데 서로 친해지게 되면서 그들이나한테 부러워하고 있는 점도 깨닫게 되고,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점도 깨닫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들 끝에 지금은 뭐 괜찮아

안 PD : 너랑 '음악도시' 할 때 내가 개인적으로 너랑 많은 얘길 해보진 않았잖아. 그래서 잘 몰랐는데 근데 알고 보니까 너는 보기보다 굉장히 강하고, 고집도 세고, 독하기도 하고, 결단력도 있고 그렇더라. 사실 유학간 것만 봐도 그래. 현철이나 희열이는 유학가고 싶다고 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아직 못가잖아 근데 너는 소리소문없이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 버리더라..

김동률 : 결단력? 사실 나는 생각을 오래했기 때문에 빨리 결정 할 수 있었던 같아요. 전람회 해체하고 카니발 준비하면서부터 음악을 계속 해야겠다. 마음을 굳히고 유학을 생각했었어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철이 형은 유학을 갔으면 더 잘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있어요. 개인적인 팬의 입장에서 그래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안 PD : 그렇게 힘든가봐. 모든 걸 버리고 간다는 게 힘들 수 있지.

김동률 : 난 별로 안 어려웠어요. 나는 성격이 연예인 체질이 아니라서..

안 PD : 그렇긴 해. 정말 니가 연예인 된 건 불가사의야. 근데 넌 니가 연예인이라고 느껴 본 적이 있니?

김동률 : 있어 어떨 때냐면 연예인이 날 알아볼 때.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차태현이나, 뭐 박미선씨 이런 사람들이 당연하게 날 모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분들이 어느날 날 알아보고 나한테 "음악 좋아요" 라고 말해 줄 땐 나도 놀라죠.
지금도 내가 공개방송 같은 데 가서 노래 부르고 그러면 관객들 떠들고 잡담하고 그래요. 어떤 데 가면 막 열광적이고, 어떤 데 가면 완전히 썰렁한 그런 생활을 늘 반복해 왔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 그래서 나는 일단 어떤 스타로서의 중독성 같은게 없었고, 그리고 돈 같은 경우도 그래. 지금 나한테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많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예요. 그래서 모든 걸 버린다는 생각이 없었을지도 몰라.

안 PD : 그래 넌 늘 정말 무대에서는 너무 어정쩡해. 콘서트 땐 좀 낫지만.. 그렇게 쑥스럽니?

김동률 : 콘서트 할 때는 오버하는 거야. 나는 좀 뒤에 있어야 되는 뮤지션 스타일인거 같아. 스타가 앞에 있고 내가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선천적으로도 그렇고.

안 PD : 그래도 니 발로 대학가요제 나갔잖어.

김동률 : 그건 가수가 되고 싶어서 나간게 아냐, 나가서 입상만 하면 CD에 노래 실리잖아요. 정말 난 그것 때문에 나간거예요. 그때 당시에만 해도 자기가 자기돈 들여서 앨범을 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구. 근데 그 시절에 계산을 해보니까 거기 나가서 입상만 하면 CD가 나오는 거야. 심지어 팔기도 해. 그러니까 얼마나 좋아. 게다가 난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해보고 싶었고..

안PD : 미국생활은 어떠니. 넌 미국에서 별로 안 외롭니?

김동률 : 워낙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선지 거기라고 해서 특별히 더 외롭고 그런건 없어. 그리고 그럴 시간도 없지 뭐. 오히려 지금이 더 걱정이야. 여기서 이렇게 한달동안 빡쌔리게 바빴다가 거기 가면 휴유증 생길까봐, 거기 있으면 정말 사람이 참 소박해져. 여기서 흥하게 되는 것도 거기선 의미를 갖게 되는 그런것들이 있어.

안 PD : 그럼, 너 여기 연대를 휴학한 건가?

김동률 : 아니, 몰라. 어떻게 됐는지. 전화도 안왔는데, 원래 어떻게 할거냐고, 계속 다닐꺼냐고 연락 온다는데. 나는 것도 못받았어, 뭐 애매하게 놔 둘 생각인가봐, 정말 아까워 죽겠어. 6년동안 대학가려고 공부한 게 너무 아까워

안 PD : (잠깐 안혜련 PD가 자리를 비운사이. 끼어든 류성희) 건축학과 시죠? 그것도 참 의외였었어요.

김동률 : 이과에서 예술에 관련된 과가 그것밖에 없었어요. 제가 수학을 잘했거든요. 그래서 이 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이과에선 갈 과가 없었어요.

안 PD : (한번 더 끼어든 류성희) 오기전에 잠깐 팬사이트를 좀 뒤져 봤는데 인상적인 팬에 대한 얘기가 있더라구요. 예전 방위 시절에 심한 감기가 걸렸을 때 얘긴데 기억하세요? 지하철에서 막 기침하고 있었는데 마주 앉은 팬이 그 자리에서 휴지를 못 건네고 집까지 쫓아와 휴지를 주고 갔다는....

김동률 : 예. 기억나요. 그때 정말 쪽팔렸어요. 어딜가나 다 알아보는 연예인이란 전체가 되어 있으면 오히려 내가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난 그게 아니잖아요. 그게 참 나빠요. 난 복병이 너무 많아, 가다가 정말 날 몰라볼 것이다 생각했는데 딱 알아보면 아.. 그 전후로 10분동안의 내 모습을 막 떠올려 보면서 정리하고 막 그러는거죠. 아예 확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면 항상 준비할 텐데.. 그게 아니니까 오히려 더 나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두 날 알아 볼 것이다라는 가정 하에 산다는 생각해봐요. 내가 무슨 스타병, 왕자병도 아닌데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끔찍하죠. 근데 지금은 특히나 오래 쉬어서 더 몰라 볼거야.

안 PD : (금새 돌아오신 안 PD, 평정을 찾으시며) 아냐. 내가 너한테 보낸 이메일에도 썼지만 정말 신청곡이 되게 많이 올라와. 너한테 농담으로 하는 소리나 아니라 정말로 그래, 나도 그거 보면서 아직까지 김동률리 존재하나. 김동률을 기억하나, 그러면서 놀란다니까? 정말 이외야..

김동률 : 나도 신기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 건방진 생각이겠지만 정말 노래가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어. 사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가수 자체의 인기가 없으면 그게 김동률이 됐건 서태지가 됐건 앨범도 안사고, 음악도 안들어. 그렇다면 내가 어떤 Kind of Idol 이란 말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지. 예를 들어 순정만화만 읽던 애가 일년에 한 번은 소설을 읽고 싶다는 기분으로, 댄스만 듣던 듣던 사람이 어떻게 한 번쯤은 이런 음악을 듣고 싶은데 그 중 제일 무난하게 김동률인가? 그런 생각을 하죠. 근데 이젠 안그렬려구. 그런 분석이고 뭐고 필요 없어요. 정말 팬들은 정확하게 알아요. 내가 생각한 건 생각한 대로 알고, 내가 비껴나가려고 한 건 그것대로 알아차리더라구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내가 부끄럽지 않은 발상으로 뭐라도 한다면 알아줄 것 같아요.

안 PD : 팬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나는 삼자 입장에서 보면 팬들이 때때로 뮤지션의 목을 조르고, 그런 상황이 정말 많아. 그렇게 되면 팬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거 잖아.

김동률 : 나는 그 동안 팬들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아. 사실 그 동안 팬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도 없었구, 그런데 이번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바로 코앞에서 팬들을 만나보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됐어. 팬들이 나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알게 됐어. 음....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구. 그래서 마음이 아주 편해졌어.

안 PD : 다행이다. 근데 너 거기서도 옷 그렇게 입고 다니니? 너 한국에선 정말 김동률 패션은 아무도 못 쫓아간다니까..

김동률 : 거기선 더해. 정말 말도 안되게 입고 다녀. 아침에 일어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알어. 짝안맞는 양말부터 후즐근한 티에......... 날씨 같은 것도 안 체크해.. 왜 한국에서는 코디가 있으니까 내가 신경 쓸 일이 없잖아. 근데 거긴 다르다고, 그렇다고 거기에 막 신경쓰면서 잘 꾸밀 욕구가 없어. 나는, 거기서 옷으로 돈 쓰기도 너무 싫고, 내가 한달에 책정한 생활비가 있는데 그거 안넘길려고 무지 애써. 첨에 나름대로 아낀다 했는데도 한달 지나고 계산해 보니까 그걸 초과해서 너무 많이 쓴거야. 그래서 애들한테 물어봤더니 걔들은 되게 풍족하게 쓰는거 같은데도 나의 1/3을 쓰더라구, 그래서 첨엔 쇼크 받았어. 근데 보니깐 마인드 자체가 다르더라구 얘들은 수요일이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나 90센트에 세일한다. 뭐 그런식의 정보를 베이스로 깔고 사니까..

안 PD : 노하우를 터득했어?

김동률 : 지금은 했어. 거기선 할수 있어. 이달에 돈을 아껴서 DVD 플레이서 사면, 공연은 다음달에 보고 그런 식으로,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어. 건전하게. 하하.

안 PD : 건전하게? 의미심장한 단어같다? ( 계속 녹음실 밖에서 보내오는 사인을 받으며) 알았어. 알았다니까.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너 10시에 녹음이잖아ㅣ

김동률 : 어. 오늘 10시 프로만 하면 끝나요. 이젠 좀 쉬어야죠..

안 PD : 근데 넌 언제 나가니?

김동률 : 추석 연휴 끝나는 대로 다시 출국 할 것 같아요. 16일 즈음..

안 PD : 가기 전에 연락하구. 오늘 수고 했어. 오늘 방송 잘해.

김동률 : 예, 연락 드릴께요. 수고 많으셨어요. 근데 사진은 더 찍어야 해요?


- 04 희망. -

생각이 잘 안나요 마지막 목소리 아마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전화 끊었죠. 그리고 다음 날 단지 몇 줄로 그렇게 나를 영영 떠나갔어요. 2년만에 다시 이렇게 돌아왔는데 이만큼만 기다리면 됐는데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그대 두려웠나요. 사랑했단 말도 못하고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그 저 멀리서 홀로 남을 날 생각이나 했어요. 나 이제 떠나요 다시는 안 올게요 마지막 그 자리 혹시 그대 어디선가 했나요. 나 이제 떠나요. 다시는 안올께요 마지막 그 자리 혹시 그대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진 않은지 얼굴도 못보고 돌아가는 맘은 차라리 안온만도 못할 뿐이죠. 걱정은 말아요. 혹시라도 길을 걷다 마주칠 일조차 없어요. 할말은 많아도 단지 그 어디에 잘 살고 있는지만 알면족해요.. ( 2년만에. 김동률 )


TALK : 다음에 돌아 올 땐 동률이가 나 대신 로버트 레드포드 사인을 받아오겠지?
( 무작정 로버트 레드포드를 사랑하는 안혜련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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