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his stuff

[고해소에서]낡은 수첩=오래된 하드 드라이브?

아니뭘이런걸다- 2003. 8. 24. 20:40
드디어 미국에서 짐이 도착했다.
거진 2달여동안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나의 물건들은 지금 어지럽게 집안 곳곳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4년이란 시간이 만만치 않은것이 정리의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무려 37개의 박스에 담겨 물건너온 짐들을 쌓아놓고 보니 반가운 맘에 앞서 심난함이 그득하다.
가장 먼저 꺼내어서 세팅한것이 바로 늘 미국에서 쓰던 컴퓨터. 익숙한 키보드와 마우스 자질구래한 세팅이 여간 낯익고 반가운것이 아니다. 각종 데이타와 음악 사진 파일들을 둘러보며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고 편안해 진다.
그러다가 생각한것. 요즘 친구들도 다이어리를 쓰나?
짐정리를 하면서 한 7년전쯤에 쓰던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그안에 손으로 적혀진 수많은 전화번호와 스케줄들을 보면서 답답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느낀다면 나도 이미 '디지탈인'인가? 아직도 종이와 펜을 즐겨 이용하는 소위 '아날로그인'들을 살짝 동경하면서도 첨단 문명의 유혹을 저버릴수 없는것은 비단 나만의 처지는 아닐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 논하는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은 든다. 이 7년전의 다이어리는 이미 미국에 유학갈 시절에도 사용되지 않던 '무용지물'이었으나 바다건너 4년동안 책상서랍에 처박혀 있다가 결국 다시 바다건너 돌아와, 휴지통에 버려질까 말까 아슬아슬한 위기를 모면하고 결국 다시 책상서럽에 고이 모셔졌다.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의 하드는 작년쯤에 에러가 나서 나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주고 떠난 그이후에 새로 갈아 넣은 것으로서 약간의 백업과 그 이후의 생성된 데이타들을 담고 있다. 다이어리의 전화번호에는 간혹 두줄이 그어있고 그 위에 새번호가 쓰여져있다. 컴퓨터의 주소록엔 늘 새전화번호만 있다.

계속 남겨두고 싶어 하는 경향. 나는 과거 집착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