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은 9일 오후 베이징 국가올림픽체육센터.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열린 한국 여자핸드볼 B조 예선 첫 경기를 관람했다. 김윤옥 여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함께 했다.
패색이 짙던 한국이 저녁 4시 40분 경 러시아와 29 대 29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자리에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전국민이 같은 마음이었다.
그 순간 <연합뉴스> 사진 기자가 셔터를 눌렀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은 7시 32분 경 <연합뉴스>와 각종 포털사이트에 공개됐다.
그 러나 이 사진들이 뜨자마자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태극기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 대통령이 들고 있던 태극기는 가운데 태극문양이 거꾸로 뒤집혀 파란색이 위로 가 있었고, 그에 따라 4괘 건곤감리 역시 뒤집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김윤옥 여사와 유인촌 장관 등은 제대로 된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태극기가 잘못된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연신 태극기를 흔들고 있던 것이다.
이 에 누리꾼들은 "대통령이 태극기 모양조차 모르고 국제망신을 시켰다"며 강력히 비난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밤 10시부터 문제의 사진들은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포토뉴스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사진들은 <연합뉴스>의 사진을 각 언론사에게 판매하는 사이트에서도 10일 현재 검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번 노출됐던 사진들은 개인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퍼지면서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여자 핸드볼팀은 첫 게임부터 '우생순' 2탄을 찍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코미디를 찍고 왔다"라며 "대통령이 국기를 제대로 모르다니 국가적인 망신이다"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 6월 10일 촛불집회 때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에 태극기가 내걸렸던 사진과 이 대통령의 사진을 동시에 게재하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태극기가 도로 차단용이나 거꾸로 흔들기용"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은 "김윤옥 여사와 경호원들이 정정해주지 않을 걸 보니 대통령 '안티'인 모양"이고 비꼬며 "그나저나 외국 나갈 때마다 한 건씩 해치우는 대통령이 대단하다. 어떻게 해서든 말썽을 일으키고 만다"고 썼다.
그 러나 다른 누리꾼은 "대통령이 우리 선수를 응원하다 보면 태극기가 잘 되어 있는지 못 되어 있는지 응원에 집중 되어 있다"라며 "이런 태극기를 대통령에게 준 사람들이 잘 못이 있으니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 보다는 그냥 아량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다. 작년 2월 노 대통령의 남미 순방 전용기에 태극기가 거꾸로 달려 있는 모습이 포착돼 누리꾼들의 비난이 들끓었던 적이 있다.